내 연휴는 사실 수요일 저녁부터 시작됐다. 잠정적으로 결정돼 있었던 한 과목 철회가 목요일 12시 15분이 돼서야 결정됐기 때문에 내가 연휴를 누리는 것은 비록 늦어졌지만 말이다. 공연 리허설 가랴 프로젝트 하랴 목욕재계 하랴 바쁘게 공연을 맞이하고 그 다음날인 오늘까지 뻥 날려버렸다. 원래 가기로 예정돼있던 할머니 댁에도 안가게 되어 내게 주어진 여분의 시간이 충분하게 느껴지지만 늘 그래왔듯 이 시간도 뻥 날아가겠지.
이것 저것 욕심껏 짐을 싸고 고향으로 가는 길. 부슬비가 내린다. 물방울이 맺힌 버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차들은 이 일요일 밤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.
비를 사실 싫어한다. 가방이 젖어서 공부할 책이 젖게 되는 것도 싫고 옷이 젖어서 수업 중에 말리는 것도 싫다. 내 위치가 바뀐다면 내리는 비를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.

​비도 오고 그래서 쓰는 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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